캠페인 자체가 끝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시즌 하나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정리 목적이랄까.. 보통은 캐릭터를 만들면 시트를 먼저 올리지만 시트는 비공개였으니 어느 정도 알려진 시점에서 올리기.
WoD를 제대로 뛴 것은 처음이고 하여 별로 아는 게 없는 상황에서 하필이면 '벤트루 인빅투스'를 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후에 줄리엣을 만드신 분이 '구울 할건데 마스터를 해주실 사람 없나요?' 했고, 신기한 걸 좋아하는지라 덥썩 그 미끼를 문 것이다. 그분이 벤트루 계열로 간다기에 그렇게 하고, 인빅투스가 대부분이라기에 자동적으로 인빅투스.
문제는 구울(부하 3도트)을 가진 상태에서 캐릭터를 만들려고 하니 장점에 넣을 수 있는 포인트가 7점밖에 없는 상황에서 극도로 궁핍해져버린 것이었다.
1점은 인빅투스에 넣는다고 치면 남은 것은 3도트. 전체 다 재산에 넣는다거나 하는 것도 괜찮지만 초반이 아니면 얻을 수 없는 장점이나 이런 것들이 있어서 결과적으로는 '벤트루 인빅투스지만 재산은 없음. 집도 없음'이라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계단참 같은 곳에서 살며 구걸로 생활을 영위해나갈 생각은 없었으니까 대신 줄리엣(구울)의 집에서 같이 생활하기로 결정하고 캐릭터를 만들었다.
장점 부분이 대충 나오고 항상 그렇듯 '전형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결과야 어떻더라도 일단은 그렇다) 배경 설정에 고심하게 되었는데 저 재산 없음이라는 부분이 문제였다. '엘리트'에 '사업감각'도 있는 이 '남자'가 어쩌다가 포옹당하게 되고 재산마저 다 잃었을까? 배경 이야기에 10분 이상 투자해 본 경험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상당한 도전이었고, 결국은 로버트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에서 따와서 재산을 잃은 것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시트 작성을 완료하고 오프닝을 하게 되었는데 저 '여름으로 가는 문'의 설정이라는 건 상당히 괴로운 경험이었다. 물론 제임스를 원래 모델이 되었던 그 책의 주인공처럼 착한 녀석으로 만든 것도 아니고 결혼 자체가 사업을 위한 자금 확보와 사회적 지위 확립이 목적이었지만, 그래도 당한 사람에게는 날벼락이 아닌가. 첫번째 오프닝이 끝나고 복수란을 '복수할 상대 없음'에서 '친구와 아내'로 바꿨다. (링크)
두 번째 오프닝의 화두는 시험. 얼굴 보자마자 다짜고짜 '혈족 사회의 세 가지 전통을 말해봐라.' 라고 묻는 사이어는 정말 상상외였다. 다행히도 무사히 넘어가긴 했지만 저걸 통과하지 못했다면 오프닝에서 죽어버리는 게 아니었으려나? 어쨌거나 이때까지는 '실수하면 픽픽 죽어버릴겁니다.'였으니까..
즐거운 오프닝이 끝나고 드디어 본 내용으로 들어간 후로는 엔딩때까지 끊임없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오죽하면 엔딩 마치고 나서 텔러가 '불행의 별 아래 태어나서 고생'했다는 말을 다 했을까..
처음에 같이 시작했던 정규 플레이어 세 명 중에 두 명이 먼저 죽었고 그 후 제임스 또한 사망. 저기까지 가는 과정에서 가히 괴수라 할 수준의 플랜스에게 걸려 어그리베이트 4점의 데미지를 입은 제임스는 엔딩때까지 상처 회복을 못하고 '창자가 흘러요~'라는 상황이었고, 처음 예상과 다르게 줄리엣 플레이어를 계속해서 부르는 게 애매하여 재산과 다른 편의사항에서도 거리가 먼 상태였다.
'우리 꼭 끝까지 가자.'라는 마음을 가지고 바늘 끝 같은 신경을 유지하며 행동하려 했지만 박물관에서 타냐와 이자벨이 죽어렸던 그 시점 근처는 플레이 내 외적으로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때였다.
'정규는 사망 확률이 제일 낮다며! 근데 왜 아무도 고생 안하는데 우리만 하는거지!' 라거나 '결국 일주일에 한 번씩 플레이 하는 건 남보다 먼저 가서 위험지역 표지판 역할 하는 거 말고 뭐가되는 거지!' 이런 이야기가 오가면서 매주 습격이 없는 때가 없었으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두 명이 죽고 나서 새로 정규로 들어온 알베르타와 한 첫 플레이에서 결국 플레이어의 뚜껑이 열려버린 셈이었고 거의 자살이나 다름 없는 상태로 제임스 캐릭터가 1차 사망해버렸다. 들어가면 죽을 걸 알고 들어가는 건 자살이라고 할 수밖에 없겠지.. 다음 날 열심히 텔러께 사죄. 어차피 사과할 일을 왜 했냐 하면 어쩔 수 없지만 뭐, 그런 일도 있는 거니까.
이 이후 심정적으로는 상당히 안정된 것이 우선적으로는 그때까지 플레이어들의 뻘짓을 견딜 수 없게 된 텔러가 플레이 난이도를 대폭 하락시켰다는 것이고, 플레이 외적으로 스트레스 받던 것들이 상당히 해소되어 상태 자체가 느긋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제임스가 고생하던 것이 사라진 건 아니고 사실상 힘든 건 더 했는데, 사회 계열 능력만 있고 전투 능력은 전혀 없는데다가 줄거리 상 사냥이 힘들고 돈 조차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도시 한복판에 혼자 떨어진 꼴이 된 것이었다. 고생은 많이 했지만 정작 모은 정보는 얼마 안되고 자존심은 하늘을 찌르는 벤트루에 사이어에게는 절대 우는 소리 하기 싫은 그는 별 별 궁상을 다 떨면서 살아가게 되었다.
정보 팔아 피 사고, 몸 팔아 돈 벌고, 또 정보 팔아 잘 곳과 차를 얻는 눈물겨운 상태의 반복. 게다가 하는 일은 다 실패하고 (결정적인 다이스는 무조건 실패) 주머니에 돈이 한 푼도 없어서 전화는 공중전화에서 수신부담으로만 거는 등의 일이 되풀이되니 궁상 귀신이 붙어버렸다.
나중에 태로스에게 돈을 얻었을때도 택시 한 번 타는데 '이거 이렇게 써도 괜찮은 거에요?', '나중에 써야하는데 모자라지 않을까요?' 같은 질문을 수없이 해대는 측은한 '벤트루 인빅투스'
끝에 다 와서의 최고의 장면은 역시 목 아래가 깔끔하게 사라지고 머리만 남은 것. 태로스가 시킨 일이었다지만 뭐 '어떻게 되나 궁금해서 실험조로' 그렇게 된 것이고 그 상태에서 '머리를 들어 본다거나', '쓰다듬는다거나', '화분에 심어서 양지바른 곳에 놓아둘까'라는 말을 듣는다거나 하는 처절한 상태였다.
이걸 읽는 분들 이게 다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 (...)
우선은 구울이었던 줄리엣의 죽음. 중간에 플레이어가 캠페인을 나가게 되어서 npc로 바뀌려나 하기는 했지만 처절하게 옷걸이 부분(가슴 윗부분에서 어깨까지) 정도만 남은 채로 아파트에서 시신 발견. 제임스가 너무 담담하게 행동하는 바람에 인간성 6으로 하락. 룰적으로는 장점 3도트가 공중분해 된 셈이다.
엔딩 파티에서 들은 전 부인의 죽음. 하필이면 설정에서마저 '머리가 좋지 않은 편' 등으로 적어놓았던 그녀가 왜그랬는지 시간의 순환을 알아내어 플랜스에게 '잘기잘기 다져져' 죽어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리 미워했어도 저런 식의 죽음은 정말 상상도 못했기에 아쉬움, 허탈함, 애처로움, 측은함, 슬픔 등의 감정이 섞여 모처럼 인간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위의 큰 사건을 제외하고도 3개월의 플레이 동안 경찰에 체포된 게 2회. 총에 맞은 건 약 4~5회 정도. 누군지 끝까지 알지 못하지만 의문의 차량에 의한 총격전+카체이스로 승용차 반파. 플랜스가 공중에 던져버린 자동차가 있었고, 그의 무서운 손톱에 찢겨져 끝까지 회복 못한 어그리베이트 데미지 4점. 뒷치기 당해서 사망한 것 1회. 목 아래가 깔끔히 사라진 것 한 번. 소소하지만 자존심에 상처입힌 여러가지 상황들.
불행의 별 아래 태어난 제임스.... 앞으로는 보통 별의 보우라도 받을 수 있을까...
그래도 재미있고 이쪽 텔러는 정말 'WoD에 특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끔씩 오싹하게 해주니 만족.
처음부터 그랬지만, 끝까지 살아남기만 해도 성공이다.
차회 예고! NPC와 PC 특집! 플레이어&캐릭터가 모에하는 그들은 누구인가!
덧. 결론적으로 이 플레이어는 보캐 말고는 못 한다는 게 여실히 드러난 캠페인이었다.
저 냉정하고 기타등등 해야 하는 제임스가 모두의 '귀여움'과 '어여쁨'을 한 몸에 받는 캐릭터가 되어버렸으니.. 조금이라도 느긋해지면 바로 '귀여운 남자 캐릭터' 연기가 튀어나오는 플레이어도 문제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신경썼는데 이런 결론이라니 운명이라 생각하자. (하지만 아래 강아지와 염소의 이야기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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