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를 하다 보면 많은 종류의 도시전설(우주전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이 사실에 기반을 둔 것도 있지만 돌고 돌아 처음에는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전혀 감도 잡을 수 없는 그런 것들도 있다... -_-
워낙 많은 사람들이 말도 잘 안 통하는 상태로 다른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한정된 정보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다보니 당연한 결과라고나 할까?
게다가 개인간의 싸움보다는 영토 확장과 유지를 위해 경쟁하는 국가간의 흥망성쇠가 메인 컨텐츠인 느낌의 게임이라 뭇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하는 전설과 같은 일이 많다. 바로 얼마 전까지도 가장 강한 얼라이언스 중 하나로 군림하고 있던 BoB(Band of Brothers)이 하루 아침에 망해버린 사건 같은 게 그런 좋은 예 중의 하나이다.
나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으니 자세한 역사같은 건 잘 모르겠지만 이 BoB이라는 얼라이언스는 2004년 6월 정도에 몇 개의 얼라이언스들이 모여서 성립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 초까지 EvE의 아우터의 역사나 상황에 대해 논할때마다 이름이 빠진 적 없을 만큼 강성한 곳이었다. 접근성으로나 생산성으로나 탑에 속하는 Delve 지역을 차지하고 무려 4년 반이나 아우터에서 군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한 때 아우터의 거의 반을 아래에 둔 적이 있으며 자신들이 아우터 통일을 이루겠다고 호언장담하던 무시무시한 얼라이언스였다.
물론 그 정도로 강력한 정복 정책을 가지고 있다는 건 그들 외에 모든 얼라이언스를 적으로 돌리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에 어려운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한 만큼 BoB의 역사는 무력충돌의 개수 만큼이나 많은 스파이, 배신, 내부 전복 등의 이야기도 넘치게 존재했다.
그리고, 2년 정도 전부터 BoB의 타도를 목표로 생겨난 Goon(GoonSwarm)과 피터지는 전쟁을 벌여왔다. 얘들 싸움이 어느 정도의 스케일이냐면 2008년도 여름 정도의 기사를 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Band of Brothers has initiated an operation they call “Maximum Damage”, or the “Max Age” for short. In the first of four planned deployments, Shrike has led the first team of over 350 capital ships and 600 support ships into a staging area in Saranen, Lonetrek.
(배 한 척이 유저 한 명이니까 함대의 동시 동원 유저수가 1000명 가까이라는 말이고, 게임 내에서의 금액 단위이기는 하지만 보통의 유저가 캐피탈 쉽 한 번 타보려고 일년 가까이 노력한다고 하는 걸 생각해보면 대충은 짐작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모두의 미움을 받았지만 꿋꿋이 버텨오던 BoB이 올해 2월 초에 갑자기 해체되었다.
물론 시스템적으로 사라진 것으로 많은 회사와 유저를 아우르는 BoB의 세력이 이 세상에서 뿅하고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하여간 BoB이라는 얼라이언스는 게임 내에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이 여러가지 억측을 하면서 당황해하고 있을 때 이어서 Goon측의 스파이 부서 책임자 미타니가 공식적으로 포럼에 관련 성명(?)을 올렸다.
그 사이 BoB의 정책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주요 디렉터 중 한명이 Goon 측과 접촉을 했고 어떤 거래가 오갔는지는 모르지만 그야말로 치명적인 일격을 BoB에 가한 것이다. 그가 Goon에 안긴 선물은 아래와 같다.
1) 많은 양의 게임머니
2) 캐피탈 쉽 다수 <- 여기까진 별 거 아니다
1) BoB의 시스템적인 해체
해당 얼라이언스가 보유하고 있는 여러가지 리소스들에 대한 소유권이 사라진다.
따라서 빠른 이동도 안되고 남들에게 쉽게 정복당할 수 있고
원래 내 거였던 물건들에 접근할 수 없다.
잠시 혼란에 빠져있던 BoB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Kenzoku라는 얼라이언스를 만들어(동일 이름은 다시 만들 수 없음) 영토 수복 작전에 나섰지만, 이미 입은 피해는 막대했다.
수뇌측은 침착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원래 전력이 거의 없이 생산활동을 주로 하던 곳이나 당황한 회사들은 공황 상태였고 이때다 생각한 Goon과 anti-BoB 세력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차례대로 영토를 뺏겨나갔다. (원래 BoB과 Goon 사이에는 AAA라는 얼라이언스의 영토가 조금 끼어 있었는데 Goon이 마음대로 BoB의 영토를 침범한 것은 역시 길을 내어주기로 한 Goon과 AAA의 밀약이 존재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Goon의 경우는 정말 사생 결단을 하는 수준으로 달려들었던 게, 대부분의 병력을 BoB의 영토에 넣는 바람에 원래 근거지가 약해진 틈으로 다른 얼라이언스들(위 AAA도 손바닥 뒤집듯이 Goon을 잡아먹기 시작했다)이 쳐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영토를 잃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BoB의 명줄을 끊는 데에만 집중한 것이다. (BoB의 핵심 영토인 Delve를 손에 넣는다면야 살을 주고 뼈를 얻는 격이었겠지만, 이도 저도 아니라면 공멸의 길이 되어버린다)
그로부터 한 달 이상 수백대 수백 단위의 어마어마한 전쟁이 계속되고 이후 Kenzoku가 안전한 엠파이어 지역으로 철수해서 다른 지역의 얼라이언스들을 긴장하게 하더니, 며칠 지난 후 그들은 다시 한 번 모은 힘으로 Goon, 특히 Delve를 공격해댔다.
사실 이 정도 되면 저 지역을 계속 고집하는 것 자체가 망해가는 과정의 일부라고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저 전투에서의 패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Kenzoku는 정식으로 해체됐다.
지금 다시 남은 BoB의 세력이 만든 Kenzoku Reloaded인가 BoB Reloaded인가 하는 얼라이언스가 개설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Kenzoku가 해체된 때가 EVE의 우주에서 BoB이 사라진 시점이라 할 수 있겠다.
현재 원래 BoB이 차지하고 있던 지역은 거의 이름만 바뀐 격으로 Goon이 앉아 있고 AAA가 영토를 꽤나 늘리긴 했지만 결국 Red가 Goon의 영토를 차지한 형태로 아우터의 지도는 바뀌었다.
3월 초 BBC에 BoB의 해체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거기에서 '그런 치사한 수를 쓰지 않았다면 Goon은 BoB을 멸망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는 비난에 대한 답변으로 Goon의 미타니는 '우리는 남에 비해 어떤 이점도 없고 그렇기 때문에 당신네들의 그 멍청한 '우주식 기사도'를 따를 이유도 없다. 우리는 계속해서 스파이 질을 할 것이며, 배신자를 이용할 것이고,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치고 훔쳐내고 더러운 일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다.
이상이 잠시 동안은 업데이트에 대한 소문조차 눌러버릴 정도로 모두의 관심을 끌었던 BoB의 멸망 과정에 대한 요약이다.
덧. 자신들에게 공격을 퍼부었던 한 얼라이언스에 대해 Goon은 1년 이상 심어두었던 스파이를 이용해 경제적/물질적 타격을 입히는 것으로 깔끔하게 복수했다.

Leave your greetings.
뭔게임인지는 모르겠지만 파란만장하군요 -ㅁ- ...1년간 스파이라니 어째 리니지 2가 생각납니다 ..
2009/05/16 23:53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ㅎㅎ
2009/05/18 11:03 [ Permalink : Modify/Delete ]이 동네는 저게 일반적이라는 게 무섭죠.. ( -_)